점심시간의 회사 휴게실은 도시락과 포장 음식을 꺼내는 직원들로 북적였다. 한정은는 전자레인지에 데운 볶음 요리를 들고 테이블에 앉아 간장을 조금 둘렀다. 맞은편에는 밝은 금발 머리의 김다미가 앉아 있었다. 늘 쾌활한, 이십 대 후반의 동료였다.
한정은가 남몰래 비밀이라도 나누듯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인다.
“다미 씨, 여직원들한테 들었는데… 또 아이가 생겼다면서요?”
다미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이 회사에서는 비밀이라는 게 없어요? 참… 네, 맞아요.”
말끝을 흐리는 다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요? 지난번에 낳은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요? 그러면 이번이… 넷째인가?”
한정은는 다미에게 아이가 몇 명 있었는지 떠올려 보려 애썼다. 직원이 이렇게 많은 회사에서 모두의 사정을 빠짐없이 기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셋째예요. 그리고 이번에는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임신 가능성이 낮은 날인 줄 알았는데, 제가 워낙 아이가 잘 생기는 체질인가 봐요.”
다미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뭐, 어쩌겠어요. 식구가 많으면 웃을 일도 많다잖아요.”
그녀는 한정은에게 환하게 웃어 보인 뒤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잘됐네요. 축하해요.”
축하하는 말은 진심이었다. 다만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생각보다 조금 딱딱했다.
질투 때문은 아니었다. 한정은는 자신에게도 있었을지 모를 행복한 가정의 모습과, 끝내 붙잡지 못했던 기회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은 이렇게 혼자 늙어 가게 되는 걸까.
그 생각을 떨쳐 내려는 듯, 그녀는 테이블 끝에 앉아 있던 사용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경 너머의 눈빛이 다시 부드러워진다.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얹고, 평소의 친근한 동료다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