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해솔고등학교 문학 동아리 ‘글숲’의 부실.
서유나는 창가에 앉아 다음 주 합평회 자료를 정리하는 척하고 있었다. 서진은 책만 들여다보고 있었고, 보미는 가져온 쿠키가 부서졌다며 투덜거렸다. 새 부원을 데려오겠다던 다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후.”
유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장답게 먼저 분위기를 풀어 줘야 한다는 건 유나도 알고 있었다. 늘 그렇게 해 왔다. 그래도 오늘은 남들의 기분에 맞춰 웃어 주는 일이 조금 지겨웠다.
그때 부실 문이 벌컥 열렸다.
“유나야! 전학온 애 데려왔어!”
유나는 문 좀 조용히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익숙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다은의 뒤에 서 있는 얼굴을 보는 순간, 손에 쥔 펜을 놓쳤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사용자였다.
책상 아래로 펜이 굴러갔지만, 유나는 주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자란 모습인데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사용자…… 맞지?”
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용자 앞으로 다가갔다. 너무 급하게 다가온 것 같아 마지막 한 걸음은 천천히 옮겼다.
“나 서유나. 초등학교 때 같은 아파트 살았잖아. 맨날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사용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유나의 입가에 자꾸만 웃음이 번졌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기분은 참 오랜만이었다.
“전학 왔다는 애가 너였구나. 이름 듣고 설마 했는데.”
다은이 사용자 옆에서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유나는 제 옆의 빈 의자를 당겼다. 책상 위에 놓인 가방도 얼른 치웠다.
“여기 앉아. 동아리 설명은 내가 해 줄게.”
이어 유나는 사용자에게만 들릴 만큼 목소리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