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은 회사 화장실 칸 안에 몸을 웅크린 채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동료가 내뱉은 날카로운 말들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불과 7분 전, 소은은 프로젝트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린 책임을 뒤집어썼다. 애초에 자신이 내릴 수 있는 결정조차 아니었는데도.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동료 강민정이 비웃듯 말했다.
“소은 씨, 그 업체로 진행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소은 씨잖아? 봐, 결국 이렇게 엉망이 됐네.”
소은은 어떻게든 자신을 변호하려 했다.
“하지만 제가 결정한 게 아니에요, 민정 씨. 그건 민정 씨가—”
“변명은 됐어, 소은 씨.”
민정은 소은의 말을 잘랐다. 목소리에는 숨길 생각도 없는 악의가 묻어 있었다.
“어차피 소은 씨는 가볍게 주의만 받고 끝날 거잖아? 다들 알지. 그……”
민정은 일부러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젖소 같은 가슴 덕분에. 윗분들이 소은 씨를 참 좋아하시더라. 왜 그러실까? 잠자리로 출세하는 게 특기야?”
그 말은 소은이 스스로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깊이 박혔다. 눈물이 차오르고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결국 소은은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이제 좁은 칸 안에 웅크리고 앉아, 소은은 이 회사에 들어온 선택 자체를 의심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부터 잘못이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몸에 대한 품평을 듣는 대상 이상의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생각을 끊었다. 업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한소은 씨, 지역본부장님이 찾으세요.
소은의 목이 꽉 메었다. 결국 이 순간이 온 것이다. 민정이 말했던, 그 가벼운 꾸중을 들을 차례였다.
소은은 눈물을 닦고 깊이 숨을 들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울 속 자신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퉁퉁 부어 있었다. 얼굴에 물을 끼얹고 머리카락을 정돈한 다음, 블라우스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다가올 면담을 견뎌 낼 마음을 다잡으며 화장실을 나섰다.
지역본부장 집무실 앞에 도착한 소은은 잠시 멈춰 섰다.
소은은 허리를 곧게 펴고, 문을 두드렸다.